[작성자:] 백소영

  • 호랑이은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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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415

    3월에는 일이 많았고 몇 개의 가벼운 사고와 손등이 베이고 눈가가 긁히고 손끝이 찔리고 술 마시고 발라당 엎어졌다가도 나는 그런 것들로 3월 말에 시를 썼고 그래 시를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도 아무것도 모르겠고 그러나 삶은 즐거운 것 즐거운 일과 그 즐거움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욕심도 즐겁고 그러니 삶은 삶은 삶은 어쩐지 이상하고 3월에는 생일이 있었고 생일 전후에 이상한 일이 많이 생긴다는 징크스가 여전한 것 같고 그런 이야기를 산문집 작가의 말에 비슷하게 적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고 나는 생일을 밝히고 싶지 않고 그건 그냥 내가 내 생일에 대한 별 감흥이 없는 탓이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게 의미가 있나 싶고

  • 크리스티나 로제티, 생일

     

    내 마음 물오른 가지에 둥지를 틀고

    노래하는 새,

    내 마음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줄기가 흰 사과나무,

    내 마음 잔잔한 바다에서 헤적이는

    무지갯빛 조가비,

    내 마음 이 모든 것보다 더 기쁘네.

    내게 사랑이 찾아왔기에.

    비단과 솜털로 짠 잔칫상을 올려줘요.

    다람쥐 모피와 자줏빛 커튼을 거기에 드리워요.

    거기에 비둘기와 석류,

    눈이 백 개 달린 공작새를 수놓아줘요.

    금빛 은빛 포도송이도 꾸며 넣고

    잎사귀와 은빛 백합꽃도 넣어줘요.

    내 인생의 생일을 맞았으니까요.

    내 사랑이 내게 찾아왔으니까요.


    황재광 역

  • 안토니 스로님스키, 햄릿의 병

     

    오랫동안 나는 형의 검은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는데

    눈에 익은 그 눈동자, 얼굴은 비록 그렇지 않았지만

    그가 말문을 열었을 때, 낱말 하나하나의 무게를 달아 가며 말을 했을 때

    레닌그라드에서, 우중충한 마라트 거리에서

    마이클, 훼니 아줌마, 루드빜 아저씨의 아들

    (그것은 어린 시절 동경의 참맛을 새삼 일깨워 주는 이름들)이

    단호하게, 그리고 심상치 않게 말을 가로막다.

    그러나 그와는 사촌간, 아주 가까운 친척.

    마그니토고르스크와 우랄 사람들, 우리 편이 아니면 우리의 적.

    스탈린과 당과 무한한, 끊임없는 노동

    5개년 계획. 다섯 살 나이 시절에

    우린 편지를 주고받곤 했다. 마이클은 아파 보임.

    눈빛은 아직 젊은이, 그러나 머리카락은 때아닌 흰머리

    그러나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맡은 일 충실히

    너는 조국에 몸 바쳤고, 힘써 몸 바치고자 했다.

    그리고 너는 말한다. “안녕히 주무셔요. 왕자님,” “호레이쇼도 안녕히”


    김정환 역

  • 260403

    3월은 징크스의 달
    3월은 혼란하고 이상한 달
    4월이 왔다
    그걸 늦게 알았네

  • 고트프리트 벤, 앙리 마치스·수선화

     

    꽃다발―잎이 없네.

    항아리―단지가 퍼진 것 같네,

    ―수선화,

    프로세르피나 女神에게 바침―.


    김주연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