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겨울
안개 낀 십일월, 숲 아래로 마지막 오솔길의 종소리가 저녁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소리,
스치듯 지나가는 부재로부터 족쇄로의 귀환을 갈라놓는 바람의 아득한 서원誓願을 들어라.
유순한 짐승들의 계절, 악의라고는 없는 여자아이들의 계절, 너희들에게는 내 힘과는 상반되는 힘이 있다. 너희들의 눈은 내 이름, 세상이 내게 잊기를 요구하는 이름을 닮았다.
너무나 사랑한 한 세상의 조종弔鐘, 내 귀에는 괴물들이 웃음기 없는 땅 위에서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내 진홍빛 누이가 땀에 젖어 있다. 격앙된 내 누이가 무기를 잡으라고 촉구한다.
호수의 달이 호숫가에 발을 내려딛고, 여름의 부드러운 식물성 열기가 물결 위에 내리면 물결은 그 열기를 강바닥의 깊은 재를 향해 휩쓸어 간다.
포신의 추적을 받는,
—삶, 드넓은 한계—
숲속의 집이 환히 불 밝혀졌다.
우레, 개울, 방아.
심재중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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