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어는 흐릿한 자동차 뒤 미등의 빨간색. 빌딩 등불의 흰색과 황색. 유리에 비치는, 서로 맞물린 것의 좋지 않음, 주름, 젖은 머리카락은 무채색 동물인 것 같고, 차 안은 척추를 잃어버린 빛이 여기저기를 망연히 붙잡고 있다. 바다 밑. 밖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유리밖에 볼 수가 없다. 나는 유리 그 자체인가. 고속버스는 램프에서 도시고속도로에 오른다. 그러자, 하늘. 6시를 지나고 있는 재와 불을 섞은 (밤과 낮을 섞은) 이상한 빛. 현미경의 하얀 시야. 뭔가 큰 것이 사라진 것일까. 수도의 하얀 하늘은 언제나 소멸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 큰 죽음이 사라지고 무수한 작은 죽음이 뿌려진다. 빗방울. 빗방울. 유리 속에서 혀는 무거운 금속의 맛을 어렴풋이 맛본다.
이 거리에서 사람을 만났다고 할 수 있을까. 서쪽으로 향하면 일어난 일들이 모두 기묘한 환상 같다. 차가운 입술도, 등에 팔을 감은 감촉도, 범례처럼 바뀌어간다. 타인의 등에 아직 남아 있는 살색의 형상과, 미지근한 콜라의 가라앉은 진보라색과. 버려져 있던 우산과, 까마귀가 깍깍거리는 다리와. 이 거리의 기억은 뇌의 한 부위만을 숨쉬게 한다. 북적대지 않고, 항상 한 가지 것만 이국의 언어처럼 변모시키고, 떠오르게 하고 사라져간다. 슈트라고 하는 해부학적 공동(空洞), 그 언제나처럼 하얀 밤에서, 사람 그림자는 조각조각 찢어지고, 잊혀져가는 그 신경만이 강해져서, 계속 경련을 한다.
도시 고가도로 너머로 불쑥 나타나서 달리기 시작하는 그것.
안쪽에서 빛나는 타워. (안쪽에서 빛나는 것은 모든 것을 유혹하는 것 같아 멋지다) 꿈의 안쪽에서 나타난 아름다운 기관. ‘나’라는 잊고 있던 조각마저 빨려들어가, 행복감이 귀 언저리를 감싸고, 해야 할 말을 밀어낸다. 그리어 세포*라는 말이 문득 입에서 튕겨나온다. 기계적으로 잘못한 말. 그렇기 때문에 그 주황색의 진실. 고마워. 더욱더 온도를 내리고 불탄다. 속도를 올리는 것. 주황색에서 빨간색으로의 도플러 효과. 그래, 유리 안에서 저것을 응시한, 돌아보면서도 응시한 망막의 집적이(集積)이, 이 거리의 시간이다…… 신처럼 알아버리는 나의 생. 꿈을 꾸고 있으니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누을 뜬 채 꿈을 꾸니까. 유리의 시야 속에서 붉은 X레이는 번쩍이고,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을 깜박임만으로 타워는 존재하고, 멀어지고, 그리고 나는…… 더러워진 유리를, 또한 하얀 하늘을 사선으로 흐르는 물방울인 채,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리며 간다.
* 그리어 세포 : 신경계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중에서 신경세포 이외의 세포.
한성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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